무언가를 지켜나간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이 말을 이제 슬슬 실감하게 되다니, 난 아직 물러 터졌다. 아직도 3-4년차 키트였던 때, 그때 그 순수(나름 순수)했던 중고교 시절의 때를 벗지 못하고 있다니.. 이젠 알만큼 알고 겪을만큼 겪은 나름 팬덤 선배 경험자일텐데 말야.
솔직히 난...비공 키트 초년생일땐 아무 생각도 안하고 그저 그분 앨범이나 사서 듣고 프로그램 나오면 보고, 그게 팬질의 끝인줄 알았다. 그때가 13살? 14살? 솔로 첫 음반이었던 Polaris 활동 끝날 즈음이었으니까, 오래되기도 했고, 내가 상당히 어리기도 했고. 그러니까 소속사 관련으로 어쩌구저쩌구 해도 난 아무것도 못하고 열폭만 해대다 그래도 그분이 남은 거니까 하고 생각했다.
몇년쯤 지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때도 난 그분의 음악과 활동하는 모습을 좋아할 뿐이었지, 다른건 실감하지 못한채 그저 말, 말뿐이었던것 같다. 클럽 언니들과 키트 언니들이 흰풍선 지키자며 열폭했을때 난 '흰풍선 지켜야죠'라고 공감하면서도 같이 나서지 못하고 같이 화내지 못한....
그래, 나 진짜 팬질 편하게 하고 있었네.
게을렀어, 너라는 사람은.
키트 있었을때 적어도 그때보다는 훨씬 괴로웠어야 했다. 나란 사람은..다른 사람보다 무디고, 알아차리는게 느리니까... 스물이 넘도록 그분 팬이었으면 적어도 그런 사람들을 다시는 좋아하지 않는게 정상이지 않을까.
아니, 그렇다고 그분 후배들을 좋아하게 된것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아, 모르겠다.
그들에 대한 뜨거운 열정, 한결같은 마음, 그들과 작은 별님들의 상징이자 심장과도 같은 펄레드, 절대 떼어놓을수 없는 하나라는 연결고리, 카시오페아라는 이름,
난 지켜갈수 있을까?
아니, 지켜낼 자격은 있는걸까.
아무리 이렇게 글을 쓰고 나 비공식이지만 카아요 하고 우겨대도 결국은 시아준수 본진인데다 jyj팬인 나를 캉분들은 받아들이기 힘드시겠지.
그래도..동방신기는 다섯명인게 제일 멋지다는걸 나도 알고 있는데.
그래도..펄레드 하나만큼은 감질나게 지키고 싶은데.
그래도..다섯명 중에 한명이라도 좋은 소식 올라오면 기분이 좋고 나쁜 소식 올라오면 우울해지고 그러는데.
아, 차라리 나 키트 때려치고 일찍 카아할걸..그랬으면 갠팬이고 뭐고 안해도 됐을텐데....뭐야 이 잡솔은.
아무튼 뭔가 지켜나간다는거, 그거 참 힘든거같아. 뭣도 모르고 지나가는 말로 소속사 욕하는거보다, 그런 소속사에 계속 머무르면서 이사 자리에 앉아서 그분 후타로 아픔받는 후배들 보고있을 그분 모습 보는거보다..더 어렵다.
오랜만에 내 추억속 사람이었던 님을 꺼내면서, 혹 우연히라도 만나면(그럴린 없겠지만..) 묻고 싶은게 있었어요.
그때, 얼마나 괴로웠어요?
그때, 하필이면 왜 남겠다고 하셨나요.
그때의 당신들처럼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동생들을 사이에 두고 어떤 생각을 했나요.
많이 힘드셨을텐데, 견딜만은 했을지..
.
.
후배들 아파하고 힘들어하는거 볼때마다 꼭꼭 감싸안아주고 토닥여주고는 아무도 안보이는데서 속상해하고 울었을걸 생각하니 씁쓸해져서..
그거 알아요?
저..이제 당신 후배들때문에 속상해요. 당신들이 겪었던거, 이제 이사람들이 겪는건가 싶어서, 이사람들 언제까지 이렇게 아파야 하나 싶어서..
이해하죠?
이해하고 있을거야..
하..내생에 팬질하면서 이렇게 긴 스압은 처음이다. 나..원래 이렇게 긴글 안쓰는데..나 쿨한 여잔데..